코시미야 - 졸업
코시미야 - 졸업
2015년 8월 13일
후두두두둑-
"이제 졸업하시네요, 선배."
새하얀 눈송이가 하늘하늘 내리는 어느 저녁, 컴퓨터 책상 위에 걸터앉아 어쩔 줄 모르던 손가락으로 자신의 긴 자수정빛 머리를 쓸어넘긴 여자아이가, 안경을 고쳐쓰며 말했다.
"그러게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흐르는구나- 싶기도 하고."
몇 책상 떨어진 곳에 앉아있던 남자 아이가, 멋쩍은 웃음과 함께 자신의 붉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곧이어 자신 앞에 있던 컴퓨터를 조용히 쳐다보던 그는, 다시 여자 아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컴퓨터부, 이번에도 잘 부탁해요, 미야코 상."
미야코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 그들의 첫번째 모험에서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아 컴퓨터의 중요성을 깨달은 코시로는 컴퓨터 부를 설립했고, 그가 초등학교를 졸업하여 중학교로 가게 되고 나서는, 미야코가 컴퓨터 부의 회장을 역임했으니까.
중학교에서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코시로는 이제 곧 하늘색 교복을 입고 타이치 선배나 야마토 선배가 그랬던 것처럼 오다이바 고등학교를 들어갈 테였고, 이 노을만큼 붉은 머리의 컴퓨터 천재는 또다시 컴퓨터 부를- 그녀를- 내버려두고 고등학교로 떠날 테였다.
"열심히 하면 따라갈 수 있겠죠?"
미야코가 내뱉은 갑작스런 질문에, 코시로는 당황한 눈치였다.
"선배 말이에요."
"아- 아."
헛기침을 한 코시로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입을 열었다.
"이미 충분히 절 뛰어넘었는걸요. 그러니까 초등학교 때처럼, 이 컴퓨터 부도 잘 이끌어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하는 이야기를 알아듣는 건 미야코 상을 제외하면 기껏해야 켄 군 뿐인걸요."
미야코는 얼굴에 호선을 그려보이고는, 교실의 문을 여는 코시로를 바라보았다.
"안녕히 가세요, 선배."
코시로는 뒤를 돌아보며 미야코에게 작별 인사를 하려 했지만, 어느새 그친 눈 뒤로 얼굴을 내민 반짝이는 노을에 그만 눈을 찡그렸고, 그 덕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야코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