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단편

켄미야 - 머리끈

Doctor Box 2016. 1. 19. 16:05

켄미야 - 머리끈
2016년 1월 19일


"아 글쎄, 이거면 껌뻑 넘어갈거라니깐-!"

백화점 진열대에 서서 팔짱을 끼고 눈을 질끈 감고 있는 보랏빛 머리의 아이 옆에 서있는 삐죽 솟은 붉은 머리의 남자아이가 그를 부추기듯이 말했다. 그 옆에서 모자를 고쳐쓰며 "다이스케 군- 이치죠우지 군이 알아서 결정하게 내버려두래도," 라고 금발의 아이가 말했지만, 다이스케는 켄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 진절머리가 난 것 같았다.

"하여간에, 맨날 여자애들이 쫓아다녀서 쉴 틈도 없으면서 이런건 정작 쑥맥이라니까?"

머리띠 하나를 들고 거의 40분동안 고민하고 있는 켄을 쳐다보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 다이스케는, 그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타케루를 향해 물었다.

"타케루, 너도 인기 많잖아? 그 많은 여자애들을 꼬시는 방법이라도 켄한테 좀 알려줘봐."

"그건 타케루랑 켄이 엄청나게 잘생겨서 그런거지~"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지은 다이스케를 포함한 아이들 셋이 뒤를 돌아보자, 그 곳에는 윙크를 하며 켄에게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는 미미가 있었다. 옆에서 웃으며 그들에게 인사하는 소라를 뒤로 하고, 진열대에서 가장 반짝이는 머리끈을 하나 집은 미미는, 빛의 속도로 그것을 계산하고는 켄의 손에 쥐여주었다.

"미야코랑 소라 상이랑 쇼핑하다가 그만 엿들었지 뭐야. 미야코는 저쪽에 있으니까, 얼른 가봐!"

너무나도 빠르게 일어난 일에 어안이 벙벙한 타케루와 다이스케를 뒤로 하고, 미미에 의해 반쯤 떠밀쳐진 켄은 쭈뼛거리며 반대쪽에서 정신없이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는 미야코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갔다.

"저- 미야코 상-"

"어- 어? 아니, 켄 쨩? 여기서 뭐하는거야?"

쓰고 있던 모자를 벗으며, 긴 머리를 풀은 미야코가 반갑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이미 얼굴이 홍당무처럼 변해버린 켄은 말을 더듬다가 손에 들린 선물을 내밀며 고개를 푹 숙이고는, 아무렇게나 외쳤다.

"생일 미리 축하해요! 좋아해요 미야코 상, 그- 사- 사귀어 주세요!"

벌벌 떨며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는 켄과, 얼굴이 급격히 새빨갛게 달아올라 알아들을 수 없는 단말마를 내뱉는 미야코를 바라보는 아이들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뭐, "에에에에에?! 지금 여기서 고백하는거-" 라고 외치려다가 미미에게 반 강제로 입이 막혀 버둥거리는 다이스케를 제외하고.

떨리는 켄의 선물을 조심스레 잡은 미야코를 켄은 올려다보았고- 시선이 마주친 그 둘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가만히 있었다. 부끄러워도 차마 돌릴 수 없는 눈길... 서로에게 그렇게 홀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