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히카 - 정학
켄히카 - 정학
2015년 4월 5일
"정- 정학이라니-!"
학교 교단 밖에 앉아있는 보랏빛 단발머리를 한 남자아이에게 전손력으로 달려온, 고글을 낀 붉은빛 머리의 남자아이가 숨을 고르며 그 사이사이로 간신히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너- 너 임마, 그 천하의 천재 소년이- 다음 주에 우리 축구 시합 있는 거 뻔히 알-"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고 싶었던 말을 홍수마냥 쏟아내던 다이스케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이치죠우지 켄의 얼굴과 팔이 울긋불긋한 상처로 가득했음을, 그리고 자신이 잘 아는 누군가가 그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있었음을 깨달은 건 바로 그 때였다.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헉헉대며 서있는 다이스케를, 야가미 히카리가 돌아보며 말했다.
"정말, 정말 미아냏 다이스케 군- 그 게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도 잘 알고 있는데- 실은, 마코네 패거리가 또 타케루 군이나 다이스케 군이 없는 사이에 날 괴롭히려고 하는 바람에- 내가 거기서 그러지만-"
소독약이 묻은 솜을 들고 있던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거의 울먹일듯이 말하는 히카리의 변명은 켄이 그녀의 손을 꼭 잡음으로서 급작스럽게 끝을 맺었다.
"미안, 다이스케 군. 하지만 그렇다고 거기서 히카리 쨩을 내버려둘 순 없었는걸."
곧이어 다이스케에게서 히카리로 시선을 옮긴 켄은,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조심스레 놓고,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아까부터 얘기했지만, 히카리 쨩, 미안해 할 것 하나 없어."
자신을 올려다보는 히카리의 눈을 마주친 단발의 천재 소년이, 얼굴에 호선을 그려보였다.
"이래뵈도 나, 친절의 문장의 소유자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