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야마타이 - 온천
타이야마타이 - 온천
2016년 1월 9일
글을 시작하기 전에:
수위물을 가장한 개그물입니다만, 적나라하진 않더라도 성적 표현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이나 암시되는 만큼 캐붕 및 수위물을 안좋아하시는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아... 시원하다."
온천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안개 속에 모든 것이 뿌옇게 보이는 겨울밤, 눈이 살짝 내려 주위가 하얗게 물든 야외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는 야마토는 저도 모르게 깊은 숨을 내쉬었다. 허리까지 올라오는 물의 따뜻함과 추울 듯 춥지 않은 시원한 바람- 천국 그 자체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대학 방학을 맞아 단체로 온천에 놀러온 아이들은 눈이 오는 것에도 개의치 않고 온천을 즐기기로 했고, 그 중 옷을 벗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가장 먼저 뛰쳐나온 야마토는 문 밖 너머에서 어렴풋이 들리는 다른 아이들의 목소리를 뒤로 하며 적막을 즐기고 있었다.
그 때,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탄탄한 상반신 아래에 타올을 걸치고 있는 타이치가 콧김을 내뿜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여어, 나이프 오브 라멘."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눈을 굴리는 야마토를 보며 웃음을 터트린 타이치는, 타올을 벗어던지고는 알몸으로 천천히 물에 몸을 담갔다. 자신의 반대편에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물 속으로 들어가는 타이치를 보고 있던 야마토는, 타이치를 빠르게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실소를 내뱉었다.
"큭- 하이고."
"왜 웃냐?"
"아무것도 아냐."
야마토의 입가에 퍼지는 괜한 승리감에 도취된 듯한 저 미소를, 그리고 왜 그가 그런 미소를 지었는지를, 타이치가 알아차리지 못할리가 없었다.
"하, 나 참, 진짜. 야, 아까 다 봤거든? 인간적으로 내가 너보단 낫다."
입가에 만연한 미소를 잃지 않은 야마토는, 타이치를 바라보며 맞받아쳤다.
"아 그러셔? 근데 왜 여자친구가 없는걸까?"
"그거랑 뭔 상관이냐? 애초에, 누가 봐도 최소한 넌 내가 이길 수 있거든?"
"진짜 혼혈을 이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첨벙-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킨 타이치는, 습기 찬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얼굴에 야마토를 비웃는 듯한 곡선을 그렸다.
"데비몬 때 기억해? 내가 초딩 때부터 너보단 컸어."
응수하듯 물 속에서 몸을 일으킨 야마토 또한, 타이치를 향해 한 발자국 다가가며 고개를 흔들었다.
"헛소리도 작작 하셔야지, 이 유년기야."
"이 녀석이-"
그 순간,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어색한 표정을 지은 타케루가 머리를 긁으며 그들의 매치에 난입했다. 뒤에서 고개를 슬쩍 내밀며 그들을 쳐다보고 있는 나머지 남자 아이들을 보건대, 싸움을 벌이는 타이치와 야마토를 중재하기 위해 타케루를 떠밀어 넣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조용한 온탕의 적막을 깬 것은 허리춤에 묶고 있던 타올을 주섬주섬 풀며 탕으로 걸어오던 타케루였다.
"뭔 일이에요, 타이치 상, 야마토 형?"
"아니 그-"
스르륵- 하고 타케루의 타올이 풀린 순간, 동시에 입을 열었던 타이치와 야마토는 말을 삼켰다. 가만히 자신들보다 어린 동생을 빠르게 훑은 그 둘은, 조용히 탕 속으로 다시 몸을 숨겼다.
"... 아무것도 아니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타이치와 야마토 반대편에 몸을 담근 타케루가 노곤노곤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고 따뜻함에 만취하는 동안, 타이치는 야마토가 가만히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나머지 아이들이 싸움이 잦아든 것처럼 보이자 그제서야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동안, 타이치는 아무 말 없이 야마토의 어깨를 조용히 토닥여주었고, 야마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