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다이 - 질투심

2015년 8월 12일


처음엔, 그저 질투심인줄만 알았다.


선택받은 아이가 되기 전부터, 타이치 선배는 나에게 있어서 동경의 대상이었다. 디지털 세계를 여행하며, 나는 자연스레 그와 더 친해지게 되었지만- 그의 일상의 중심에는 늘 당신이 있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금발 머리를 하고,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유명 밴드의 보컬- 난 당신을 싫어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당신이 맘에 든 적 또한 없었다. 어쩌면 내가 라이벌이라고 인식하던 타케루의 형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 켄이 타이치 선배의 메탈그레이몬을 조종하던 때, 당신이 선배를 때리는 것을 보고 열을 내기도 했었고.


하지만 내가 어떻게 생각하던 간에, 결국 나는 당신의 문장을 이어받았다. 우정. 그리고 그 문장에 걸맞게, 당신은 모든 사람들과 깊은 우정을 쌓고 있었다- 타이치 선배를 포함해서.


그 둘의 우정은 내가 아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깊었다. 하긴, 동고동락하며 세상을 구하다 보면 친해지는 게 당연하겠지만 (그 우정이 사랑으로 이어져 소라 상과 사귀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타이치 선배와 당신의 우정은 무언가가 남달랐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시기했다.


내가 동경하는 타이치 선배와, 나보다 더 친하게 지내는 당신이 부러웠다.


그런데, 언제부터 내가 타이치 선배가 아닌 당신에게 집중하게 된 것일까?


알아서 사람의 얼굴을 찾아 렌즈의 초점을 맞추는 카메라처럼, 나의 시선은 언제부터인가 당신에게 가 있었다. 더이상 타이치 선배도, 소라 상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샌가, 나는 당신의 금빛 파도에 휩쓸렸고,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내 눈에는 당신만이 있었다.


그렇지만, 당신의 시선은 왜 나에게 한번도 닿지 않는걸까.


나도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당신은 나를 그저 자신의 동생과 함께 여행한, 자신의 문장을 이어받아 디지털 세계를 구한 후배라고만 생각하고 있다는 거겠지. 당신에게서 느낄 수 있으니까. 나를 바라보고 나에게 말을 건네도, 당신의 시선은 내게 머물러 있지 않으니까.


사람들은 내가 타이치 선배를 닮았다고 종종 말해주곤 한다. 예전에는 그게 좋았지만, 지금은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용기의 문장만을 이어받은 게 아닌, 용기와 우정의 문장을 이어받은 아이인데.


... 그래, 난 아직도 질투하고 있는 것 같다.

그저, 그 대상이 뒤바뀌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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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octor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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