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케켄타케 - 비오는 날
2015년 6월 3일
비 내리는 오후. 갑자기 들이닥친 소나기는, 방과 후 축구 시합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이치죠우지 켄의 희망을 빗물과 함께 쓸어내려 가버리는 듯 했다.
젠장. 결승전이었는데.
한숨을 쉬며 쏟아져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쳐다보던 그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 것은 그 때였다.
"이봐, 이치죠우지!"
"아? 타카이시 상."
"벌써 중학생인데, 언제까지 성으로 부를꺼야."
자신을 내려다보며 얼굴에 호선을 그리고 있는 노란 머리의 아이를 올려다본 켄은, 잠시 곰곰히 생각하더니 씨익 웃으며 타케루의 말을 맞받아쳤다.
"그건 타케루 군도 마찬가지인걸."
"하, 그러네. 나도 익숙하지가 않아서 말야. 미안해."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웃은 타케루는, 무언가를 물어보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 가만히 앉아있는 켄을 보고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자."
운치있는 빗소리를 배경삼아 가방을 뒤적거리는 금발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던 켄에게 타케루는 무언가를 불쑥 내밀었고, 깜짝 놀란 켄은 자기도 모르게 그가 내민 것을 받아들었다. 그에 손에 쥐여진 것은, 다름아닌 곱게 접혀진 우산이었다.
"엣, 하지만 타케루 군은-"
"아 뭐, 그냥 같이 쓰고 가자고.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
타케루는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켄에게 손을 내밀었고, 켄은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나 우산을 폈다. 아무렇지 안헥 자신의 옆으로 다가오는 타케루를 보고 있던 켄의 얼굴에도, 장난끼 가득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렇게 두 아이가 한 우산 아래에 나란히 서서 교정 밖을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켄은 갑자기 타케루의 어깨를 잡더니 자신 바로 앞까지 끌어당겼다.
"엑?"
"아니, 뭐, 젖으면 안되잖아, 타케루 군?"
숨결이 느껴질 것만 같은 짧은 거리-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던 둘은, 자신들이 집에 가야한다는 것조차 까먹어버린 듯 했다.
툭-
켄이 들고 있던 우산이 땅에 떨어졌지만, 둘 중 누구도 다시 집으려 하지 않았다.
마치, 이제 비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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