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몬 - 기다림
2015년 10월 11일
"타케루가 보고싶어,"
베개처럼 한없이 푹신할 것 같은, 조그맣고 오동통한 디지몬 하나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토코몬..."
목에 빛나는 목걸이를 두른 강아지처럼 생긴 디지몬이 뭐라고 위로를 하려 했지만, 곧이어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건, 둥글게 모여있는 다른 디지몬들도 마찬가지였다.
구름마저도 닿지 못하는 높은 산 정상은, 이 디지털 월드의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구경하기에는 가장 적합한 곳이었다. 새로 마을을 짓고 자신의 인간 파트너들과 행복한 밤을 보내는 다른 디지몬들과 다르게, 열두마리의 디지몬은 이 무겐산 정상에, 조용히 모여있었다.
마침내 그 무거운 적막을 깨뜨린 것은, 빚다 만 떡처럼 생긴 조그만 디지몬의 한마디였다.
"코시로 항은... 코시로 항은 꼭 돌아올끼라예."
"맞아 맞아! 다이스케도 꼭 돌아올거야!" "켄도!" "죠도!" "야마토도!"
모든 디지몬들이 하나같이 뛰어오르며 파트너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지만, 딱 한 디지몬만이- 분홍색의, 쿠션같이 생긴 디지몬 하나만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얘들아, 아이들이 어디로 떠났는지 잘 알잖아."
코로몬이 조용히 말을 꺼내자, 삽시간에 침묵은 다시 조용한 산 정상을 찾아왔다.
"하지만- 하지만 아이들의 조그만 아이들도-"
"자식이라고 하는거야," 타네몬의 말을 포로몬이 고쳐줬지만, 타네몬은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이제 다 늠름하게 컸는걸! 그러니까, 이제 미미가,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타이치가 얘기해줬었어," 지팡이를 내려놓고 자신을 끌어안던 자신의 파트너를 회상하던 코로몬이, 말을 끊었다. "현실 세계는, 디지털 세계랑 다르다고."
"그러면, 계속 기다리면 되지 뭐."
대뜸 머리에 뿔이 달린 츠노몬이 입을 열자, 디지몬들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우리는 태어났을 때부터 계속 아이들을 기다려왔잖아? 야마토가, 그리고 다른 선택받은 아이들이, 우리를 찾아줄때까지.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츠노몬이 치비몬, 포로몬, 우파몬 그리고 미노몬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이스케네가 너희를 찾아줄때까지 깊은 잠에서 그들을 기다려왔잖아."
"그래, 우리가 얼마나 긴 시간을 기다려왔는데, 이쯤이라면!"
머리에 풀을 달고 있는 표코몬이 방방 뛰면서 얘기하자, 다른 디지몬들도 곧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토코몬은 아직도 울먹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것을 본 츠노몬은 그에게 몸을 기대며 말했다.
"너무 슬픈 표정 짓지 마, 토코몬."
"하지만.."
"헤어지기 전에, 타케루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 기억하지?"
츠노몬이 웃으며 말하자, 토코몬은 울음을 삼키고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새하얀 뺨을 따라 떨어지는 한줄기 눈물을 뒤로하고 하늘을 올려다 본 그 디지몬의 입에서는, 자신이 오래 전 했던 말이 흘러나왔다.
"... 네가 정말 원한다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그러자, 그런 토코몬에게, 모든 디지몬들에게 화답이라도 하듯-
반짝이는 별똥별 하나가 디지털 세계의 밤하늘을 수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