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코시 - 선물

연성/단편 2015. 11. 29. 11:40

타이코시 - 선물

2015년 11월 11일


"아~ 좋겠다~ 누군 애인한테 선물도 받고~"


자켓을 여미고 목도리를 둘러도 취위때문에 저절로 입김을 내뿜게 되는 한겨울 저녁, 눈이 소복히 쌓인 길거리를 코시로와 함께 걸어가던 타이치가 우연찮게 선물을 교환하는 소라와 야마토를 발견하고는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순간 얼굴이 붉어져 다른 길로 도망치듯 사라진 두 남녀를 뒤로 하고, 코시로가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소라 상한테도 이미 선물을 받아놓고는, 파렴치하게 뭐라는 거에요?"


푸핫- 하고 웃으며 코시로의 어깨를 끌어잡은 타이치는, 얼굴에 아직도 호선을 그린채로 하늘에 손을 뻗으며 말했다. 


"에이, 코시로, 친구한테 받는 선물하고 사랑하는 사람한테 받는 선물은 다른 거라구?"


타이치는 코시로가 어이 없다는 표정인지 부끄러운 표정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표정을 지은 것을 본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곧이어 고개를 저으며 다른 화제로 말을 돌리는 코시로는 다시 원래의 뚱한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요, 타이치 상..."


옆으로 멘 가방을 뒤적거리던 코시로는, 가방 가장 깊숙한 곳에서 티켓 두 장을 꺼냈다.


"어? 뭐야? 네 선물이야? 누구 주게? 여자라도 생긴거냐? 미미? 설마 히카리는 아니겠지?"


목표감을 찾기라도 한 듯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으며 속사포로 질문을 해대는 타이치 덕에 얼굴이 빨개질 대로 빨개진 코시로는, 결국 타이치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 쫌!"


하지만, 크하핫- 하고 배꼽을 잡던 타이치가 예상 못했던 것은, 자신의 머리만큼이나 새빨개진 얼굴을 목도리 뒤로 숨긴 코시로가 티켓을 자신에게 내밀었다는 사실이었다.


"... 이번에 첼시가 친선 경기를 하러 일본으로 온다고 노래를 불렀었잖아요."


"어- 그-"


"같이 보러 가요, 타이치 상."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코시로가 내밀은 티켓을 붙잡은 타이치의 얼굴도, 발갛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눈부실 듯한 하얀 눈으로 둘러쌓인 가로등 아래에, 그 둘은 그렇게 말 없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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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octor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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