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코시 - 우연
2016년 1월 7일
"또 만나네요, 타이치 상."
라면 가게에서 혼자 노트북을 두들기며 점심을 때우고 있던 코시로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들어온 타이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타이치는 반가운 표정으로 코시로 앞에 앉았고, 곧이어 자신 또한 라면 한 그릇을 주문했다.
"오늘도 바쁜가 보네요,"
피곤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타이치를 보며, 쿡- 하고 웃은 코시로가 말하자마자, 봇물이 터지듯 타이치가 한탄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말도 마, 진짜 전공 교수때문에 머리털 다 빠지겠다니까. 아니 글쎄 오늘은 또..."
다른 사람이 그들을 보았더라면, 모니터에 시선을 두고 있는 코시로가 타이치의 말을 싸그리 무시하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타이치는 코시로가 자신의 말을 듣고 있음을 알았다. 중요한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자신을 바라봐주며 맞장구를 쳐주는 그. 왜인지 코시로에게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으면, 대학 생활의 고통도 기적처럼 싹 사라지는 것이었다.
"... 고생 많으셨겠어요. 외교관이 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요."
자신의 앞에 놓여진 라면을 보며 마른 침을 삼킨 타이치가, 나무 젓가락을 반으로 쪼개고는 하나로 이마를 긁으며 헤실헤실 웃더니, 곧이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래, 뭐,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지. 야마토 녀석 말대로야. 뭐, 그 놈도 지금쯤 물리 공부에 파묻혀 도움을 호소하고 있겠지만 말야... 크크."
"그나저나 타이치 상, 요즘 정말 자주 뵈는 것 같아요. 벌써 네번째인가요?"
순간, 라면을 한 젓가락 집어들은 타이치의 손이 우뚝 멈춰섰다.
"아- 응, 그러게."
"대학이 달라서 다들 잘 만나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저희는 계속 점심 때마다 보네요."
웃으며 라면을 한 입 크게 우겨넣는 코시로를 보며, 타이치는 가만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볼에 라면이 가득한 채로, 우물우물거리는 코시로가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타이치를 바라보자, 그제서야 그는 뻣뻣한 미소를 지으며 젓가락을 다시 집어들었다.
"우연이겠지, 뭐."
"그거 참 기막힌 우연이네요, 하하."
라면이 불어터지는 것도 모른 채, 타이치는 다시 컴퓨터에 시선을 돌리는 코시로를 바라보았다. 복잡미묘한 감정을 담은 그의 눈동자는 코시로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코시로는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노트북을 두들길 뿐이었다.
불어터지는 라면만큼 답답한 마음은 커져갔지만, 어찌 마음은 식지 않고 계속 더 타오르기만 하는지. 시끄러운 라면 가게 안에서, 타이치는 천천히 식어가는 자신의 라면을 조용히 내려다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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