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야마 - 담배
2016년 1월 17일
닫히기 직전의 입술 사이로 담배 한 개비를 물고, 끝이 빨갛게 달아오른 그 유독성 물질을 턱을 이용해 위아래로 흔들며 추운 밤길을 걸어가는 타이치의 뒤에는, 마치 그가 걸어온 자리를 표시라도 하는 듯 불투명한 담배연기가 그를 따랐다.
고등학교 즈음이었을까, 타이치가 담배를 피게 된건. 친구 때문이었는지, 호기심 때문이었는지는 별로 기억나지 않았다. 어쩌면, 같은 시점에서 피기 시작한 야마토의 권유였을지도 모른다.
뭐, 그게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타이치는 정처없이 아파트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다. 아파트 난간에서 펴도 냄새가 다 밴다고 히카리에게 쫓겨나다시피 한 타이치가 특별히 갈 곳이라곤, 입에 물린 담배를 흔들며 가로등이 빛나는 길을 무작정 걷는 것 뿐이었다.
그 때, 그는 가로등이 노랗게 비추는 벤치에서 자신과 비슷한 하얀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익숙한 금발 머리의 남자를 발견했다.
저도 모르게 지어지는 미소에 소중한 마지막 담배가 입에서 떨어질 뻔 하는 것을 간신히 엄지와 검지로 낚아챈 타이치는, 하늘을 향해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입김과 섞여 하늘을 메운 따뜻한 그 연기는, 곧이어 허공 속으로 흩어졌다.
"여어, 야마토."
손가락을 움직여 담배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운 타이치가, 야마토 옆에 털썩 주저앉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 타이치."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든 야마토가, 타이치의 얼굴을 보고 안심하는 듯 치켜올렸던 눈썹을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히카리 말로는 오늘 너 타케루네 집에서 자고간다던데, 왜 밖에 나와있냐."
"담배 한 대 피운다니까 냄새난다고 쫓겨났지 뭐."
"아주 동생한테 잡혀사시는구만?"
"너도 히카리한테 쫓겨나온 게 뻔하거든."
"크핫, 들켰나."
"하여간, 우리 가족 둘 다 누가 형이고 오빠인지 모르겠다니깐."
말이 끝남과 동시에 크게 웃음을 터트린 둘은,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며 같이 뜨거운 입김을 내뿜었다.
타이치가 얘기를 하느라 타들어간 담뱃재를 털어내며 피지 못한 담배를 아까워하는 동안, 그제서야 다시 자신이 여기에 나온 이유를 깨달은 듯 다시 주머니를 뒤적거린 야마토는, 남은 담배 한 모금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깊게 들이마쉬는 타이치를 향해 물었다.
"타이치, 혹시 불 있냐."
"아? 어어, 잠깐만."
곧이어 입고 있던 갈색 코트 안주머니에서 오렌지색 라이터를 꺼낸 타이치는, 입에 담배를 물고 자신을 바라보는 야마토의 담배 아래에 라이터를 대고, 오른손으로 바람을 가리며 라이터를 켰다.
칙- 칙-
"어, 이거 왜이러지. 다 됐나."
몇번을 시도해도 스프레이를 뿌리는 듯한 소리만 날 뿐, 불이 켜지지 않자, 얼굴을 찌푸린 타이치가 입에 담배를 문 채로 라이터를 흔들었다.
"아, 뭐, 됐어. 오늘은 담배 피는 날이 아니구만."
야마토가 쯧- 하고 혀를 차며 말했지만, 그는 그래도 아쉬운 듯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쉬이 집어넣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담배 끝을 잘근거리며 어두운 구름이 잔뜩 낀 밤하늘을 가만히 쳐다보는 야마토를 바라보고 있던 타이치는, 좋은 생각이 난 듯 장난 가득한 미소를 짓고는, 자신의 담배에 있던 재를 털어내곤 다시 입에 물었다.
"야마토."
고개를 다시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야마토의 턱을 오른손을 이용해 딱 잡은 그는, 왼손을 이용해 자신의 담배 끝을 야마토가 물고 있던 담배 끝과 맞붙였다.
타이치의 담배가 서서히 멀어지자, 야마토의 담배가 빨갛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뭐하는 짓이야,"
야마토가 벌개진 얼굴로 자신의 턱을 잡고 있던 타이치의 손을 쳐내자, 타이치는 어깨를 으쓱하며 얼굴에 큰 호선을 그려보였다.
"뭐긴 뭐야, 담배키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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