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소라 - 꽃말
2016년 4월 6일
"그, 내일이 저희 1000일째 되는 날이라서요. 무언가 의미 있는 걸 선물하고 싶은데-"
"어머, 벌써 그렇게 됐니?"
그제서야 야마토의 진의를 알아차린 그녀는, 작게 웃으며 진열장을 향해 다가갔다. 소라가 중학생일 적, 떨리는 목소리로 남자친구인 이시다 야마토를 소개해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천일이라니!
"그래서, 꽃을 선물해주고 싶다 이거지?"
"네- 네."
"흐음- 좋아. 그럼 내가 직접 예쁜 걸로 골라줄게."
이런저런 꽃들을 둘러보며 그들에게 어울릴만한 꽃을 찾던 그녀는, 어색하게 서있는 야마토를 흘긋 쳐다보고는, 다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어떤 점이 좋았니?"
"예?"
"소라의 뭘 보고 반했느냐는 거야. 너희가 그- 디지털 세계에 가면서 처음 만난거니까, 초등학생 때였나? 첫인상은 무척이나 달랐을거 아니니?"
"아아, 음, 글쎄요."
뺨을 긁적인 야마토는, 신중히 단어를 고르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기타를 내려놓고, 의자에 앉아 고민을 하기를 몇 분.
마침내 입을 연 그는, 천천히 소라에 대한 생각을 말로 적어내려갔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러니까, 첫인상은- 꽤 당돌한 여자애 정도에 불과했어요. 고작 초등학생들밖에 없었던 저희 그룹의 리더같은 존재였어요. 아, 물론 리더는 타이치였죠. 그건 아직까지도 유효하구요."
턱을 쓰다듬던 야마토는, 말을 멈췄다. 아주머니가 계속 듣고 계신걸까? 라 생각하며 시선을 돌렸을 때, 그녀가 진열장에서 꽃 몇 송이를 꺼내며 계속하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야마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소라는 타이치랑 다른, 뭐랄까, 어머니 같은 존재였어요."
"우리 모두를 돌봐주었고, 감싸주었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랄까요. 제가- 말하자면 길지만, 나쁜 길로 빠졌을 때도, 저를 도와준 건 소라였어요."
"저희의 모험이 끝나고 나서는, 8명 모두가 떼놓을 수 없는 친구가 되어있었지만, 그 뿐이었죠. 하지만- 그- 음..."
꽃다발을 묶고 있는 그녀는 야마토를 올려다보았지만, 그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 그녀의 눈빛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모르겠어요. 모든 게 끝나고 났을 때, 소라는 제가 처음 알던 그 아이가 아니었죠. 자상하고, 다정다감하며, 모두를 밝게 만들어주는 사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언제부터 소라가 좋아졌는지."
"어렸을 때는- 제게 한가지 색만 있는 줄 알았어요. 모두를 차갑게 대했죠. 제가 파란색이라면, 그 파란색 하나 뿐이라고, 그렇기에 나는 바뀌지 않고, 누구도 날 침범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모험을 하면서 파란색도 같은 파란색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어요. 때로는 남청색도, 때로는 하늘색도 될 수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걸 제게 알려준 게 소라가 아닐까, 생각해요. 소라의 붉은색이, 제 마음의 벽을 깨고 다가와서- 다른 색으로 저를 칠해줬으니까요."
"그래서- 그... 그래서 좋..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네..."
무슨 인터뷰라도 하듯, 딱딱하게 말을 끝낸 야마토는 귓볼까지 온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웃음을 터트린 그녀는, 그에게 보라색 꽃이 잔뜩 들어있는 꽃다발을 건넸다.
"잘 들었다. 역시 노래를 하는 애는 표현력도 남다르구나? 네가 우리 소라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잘 알려준 것 같네."
"감-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건-"
"보라색 튤립이야. 꽃말은, 영원한 사랑."
"영원한 사랑..."
"그래, 푸른색과 붉은색이 만나면, 보라색이 되니까."
"우정도, 사랑도 잃지 않는 그 예쁜 관계, 잃지 마렴. 1000일 축하한다!"
자신을 보며 미소짓는 그녀의 말에 화답하듯, 야마토 또한 얼굴에 큰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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