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케히카 - 적월 (赤月)

2015년 6월 2일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하늘을 밝히는 거대한 보름달. 모두가 잠자리에 들었을 새벽에, 타카이시 타케루는 아파트 난간에 기대 밝은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로부터 적월 (赤月)은 불행의 상징이라 하던가. 지금 그의 상황이 그와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 메말라버린 웃음. 뜻대로 풀리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타케루 군?"


그 때, 아파트 밑에서부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달에게서 눈을 뗀 타케루는, 아파트 밑에서 손을 흔드는 히카리를 보았다. 이 밤에 왜 그녀가 밖에 있는지 궁금해 한 그였지만, 곧이어 어깨를 으쓱하고는, 윗옷 하나를 걸치고 그녀를 만나러 달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밤 늦게까지 뭐하는 거야, 히카리 쨩?"

아파트 문을 박차고 나온 타케루가 히카리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물었다.

"그냥, 보기 힘든 붉은 달이 떴다길래, 구경이라도 좀 할까 해서. 타케루 군은?"

"아. 뭐, 나도."

그렇게 사소한 담소를 나누며, 그 둘은 자연스레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들도 자러 간듯 아무도 없이 조용한 공원에 도달하자, 히카리는 잔디밭에 벌렁 누웠고,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타케루를 끌어당겨 자신 옆에 눕혔다.

"누워서 바라보고 있으면, 하늘이 다 보이거든. 별부터, 저 가루다몬처럼 붉은 달까지."

하지만, 타케루가 바라보고 있던 것은 달도, 별도, 하늘도 아니었다- 그 옆에서 그 어떤 빛보다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아이의 미소에 그만 정신이 팔려.

"... 붉은 달이 불행의 상징이라고 하던데, 타케루 군은 어떻게 생각해?"

"... 타케루 군?"

그녀의 목소리에 갑자기 정신을 차린 타케루는, 자신을 마주보고 있는 히카리의 마호가니 색 눈을 가만히 바라보다, 몸을 일으키고는 다시금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니."

조심스레 자신의 손을 그녀의 손 위에 포갠 타케루는, 천천히 깍지를 끼고 히카리의 손을 꽉 잡았다.

"너랑 같이 있잖아."


유난히 더 달이 밝게 빛나는 것 같은 새벽-

오늘만큼은, 적월은 그에게 있어서 행운의 상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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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octor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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