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고마 - 미래
2015년 6월 2일
「잘 지내니, 고마몬?
내가 너를 보고 기겁하여 도망친 게 정말 엊그제 같은데, 눈을 떠보니 어느샌가 너는 내가 절대 놓을 수 없는 단짝이 되어있었지...」
늦은 밤, 점점 길어지고 있는 푸른 머리를 뒤로 쓸어넘긴 키도 죠가 펜을 움직이는 것을 멈췄다.
땅이 꺼질듯한 한숨을 내쉬며 의자를 다시 끌어당겨 글을 쓰기 시작하는 그의 뒤에는, 이미 몇번 시도했다 던져버린 듯, 구겨진 종이들이 어지러이 놓여져 있었다.
약 일년 전, 코시로, 타이치 그리고 금발 형제가 아이들에게 오메가몬과 디아보로몬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을 때, 그들에게 세계를 구했다며, 자랑스럽다며 웃어보인 죠였지만, 그 또한 내심 고마몬을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랬기에, 코시로가 겐나이와의 연락을 통해 파트너 디지몬들에게 짧게나마 메세지를 전송할 수 있다고 했을 때, 내심 가장 기뻐했던 것 또한 죠였다.
하지만- 편지 하나 쓰는 게 이러헥 어려울 줄 누가 알았겠는가.
「거긴 언제나 같을까? 난 벌써 중학생이 되었어. 디아보로몬 덕에 시험을 못볼 뻔 했지만, 다행히도 좋은 중학교에 들어갔어. 해야할 공부가 더 많아진 것 같아. 하지만 말야, 고마몬, 난 널 위해 열심히 공부할거야. 의사가 되고 싶거든. 사람도, 디지몬도 모두 고칠 수 있는 의사가 되서, 다시는 내가 다친 존재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기밖에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다시 오지 않도록...」
미래. 죠는 자신이 선택할 미래에 대해 구구절절 써내려가고 있었지만, 그가 생각하는 미래에는 고마몬이 그의 곁에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미래가 오긴 할까? 이렇게 종종 메세지를 보내는게 다는 아닐까? 고마몬의 그 손인지 발인지 모를 (저도 모르게 죠는 미소를 지었다) 것을 다시는 쥘 수 없는걸까?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안경을 잠시 벗은 죠는 흐릇해지는 눈을 애써 닦아내며 글을 계속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꼭 다시 의연한 모습으로 만날 수...」
뚝-
눈물 한 방울이 그의 코를 타고 내려와 종이 위에 툭 떨어졌다.
번져버린 '다시' 라는 단어.
운명도 가혹하시지.
꾸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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