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타케 - 양말

연성/단편 2015. 11. 15. 03:27

다이타케 - 양말

2015년 6월 2일


딩동-


한참 퍼질로 자고 있어야 할 토요일 아침에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붉은 머리의 남자 아이는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오후에 있을 축구 시합을 위해 실컷 퍼질러 자야할, 부모님도, 누나도 없는 이 금같은 아침에 도대체 누가-


"안녕, 다이스케 군."


다이스케가 눈을 비비며 현관문을 열었을 때에는,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금발의 남자아이 하나가 곤란한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타케루?"


"내가 깨운 것 같네. 미안."


미안하면 아침에 찾아오질 말라고.


퉁명스럽게 대답을 하려던 다이스케에게, 타케루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왔다. 그 놈의 벙거지 모자부터 시작해서, 이 아침부터 어디를 가려는지 단정하게 차려입은 그였다. 깨끗한 셔츠부터, 주름 하나 없는 반바지, 그리고 흙탕물로 더럽혀진 신발-


더럽혀진 신발?


말없이 자신을 훑어보는 다이스케의 무언의 질문을 알아차린 듯, 멋쩍은 미소를 지은 타케루가 다시 입을 열었다.


"실은, 야마토 형을 만나러 가던 도중에 웅덩이에 실수로 빠져버리고 말았지 뭐야. 마침 가던 길이 다이스케 군 집 앞을 지나기도 하고 해서... 혹시 말야, 양말 한 짝만 빌려줄 수 있어?"


양말이라니.


하긴, 그러고 보면 유난히도 깔끔 떠는 녀석이었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다이스케는, 방 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옷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가 한번도 신지 않은 깨끗한 양말들이 서랍장 속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지만, 다이스케는 무언가 다른 것을 찾고 있는 듯 했다.


곧이어, 다이스케는 서랍장 가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녹색 양말을 꺼냈다. 누나한테 생일 선물로 받고 자신은 절대 이런 거 신지 않는다며 쑤셔넣어놨던 녹색 양말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는, 얼굴에 희미한 호선을 그리며 다시 현관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빌려줄 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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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octor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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