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케히카 - 크리스마스
2015년 11월 12일
"으아아, 늦겠는데-"
벌써부터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어느 겨울 저녁, 눈이 발목까지 쌓인 추위에도 불구하고 녹색 교복 위에 얇은 자켓 하나만을 걸친 금발 아이 하나가, 급하게 포장한 듯한 선물 하나를 들고 미끄러지듯이 집에서부터 뛰쳐나왔다.
자신의 형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을 사야할 지 고민하고 있던 참에, 똑같이 타이치 형의 선물을 고민하고 있던 소꿉친구 히카리가 같이 선물을 사러 갈 것을 제안하자 흔쾌히 이를 승낙했던 타케루였지만, 몰래 히카리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다 그만 포장에 정신이 팔려 시간을 망각해버리고는, 약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이제서야 허겁지겁 포장지를 붙이고 달려나온 것이었다.
"헉- 히카리- 헉- 쨩- 헉- 늦진 않았-"
장갑과 모자를 쓰고 공원 벤치에 조용히 앉아있던 히카리는,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이름을 간신히 내뱉는 타케루를 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타케루 군도 정말, 여기까지 뛰어온거야? 괜찮아, 나도 이제 도착했는걸."
타케루는 숨을 고르며 띄엄띄염 변명 비슷한 무언가를 말했지만, 히카리의 시선은 이미 타케루의 손에 들려있는 빨간 포장지의 무언가에 가 있었다.
"히카리 쨩-"
"이럴 줄 알았다니까."
고개를 저은 히카리는, 멍하니 서있는 타케루를 향해 미소를 잃지 않은 채로 비슷한 크기의 상자를 건넸다. 더 꼼꼼하게 그리고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이 상자에는, To. 타카이시 타케루 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거 설마-"
"서로 크리스마스에는 선물 주지 않기로 했으면서, 이번 해에도 결국 또 교환하게 생겼네."
그제서야 히카리의 웃음의 의미를 알아차린 타케루는, 멋쩍은 듯 같이 웃으며 그녀의 선물을 받고는, 히카리에게 어설프게 포장된 그의 선물을 부끄럽게 건네주었다.
"지금 풀어봐도 돼, 히카리 쨩."
히카리가 만연한 미소를 띄고 자신의 선물을 내려다보고 있자, 타케루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며 얼버무렸고, 그러자 히카리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타케루 군이 내 것도 지금 열어본다면." 이라고 말했다.
"그럼, 동시에 같이 열어보는거다?"
"하나, 둘, 셋-"
포장지를 풀어헤친 타케루의 눈 앞에 보인 것은 보라색의 조그만 상자였다. 상자 안에는, 타케루의 금발처럼, 그의 문장처럼 환하게 빛나는 노란색의 비니가 들어있었다. 히카리 또한 같이 포장지를 풀었고, 거기엔 곱게 접혀져 있는 분홍색의 머플러가 있었다.
"타케루 군, 비니 잘 어울려. 모자를 그렇게도 좋아하면서, 비니를 써본 건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서."
히카리의 선물을 냉큼 머리에 썼던 타케루는, 붉어진 얼굴로 머리를 긁었다. 하지만 곧이어 부끄러움이 미소로 바뀐 타케루는 히카리가 들고 있던 머플러를 손수 그녀의 목에 둘러주고는, "히카리 쨩도 분홍색 머플러 하니까 정말 눈부시게 예쁜걸." 이라고 맞받아쳤고- 이제 히카리가 얼굴이 붉어질 차례였다.
"그나저나, 이 비니 정말 따뜻하네- 진짜 고마워-!"
머리를 만지작거리는 타케루를 본 히카리는, 곧이어 상자를 내려놓고 일어나서는 타케루가 둘러준 목도리를 반쯤 풀어 그에게도 둘러주었다. 갑자기 목도리 하나를 같이 쓰게 된 것에 타케루는 당황한 눈치였지만, 히카리는 오히려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연히 따뜻하지, 이 바보. 얼마나 급하게 나왔으면 교복 위에 자켓만 걸치고 나온거야?"
그러고는, 히카리는 자신의 왼쪽 장갑을 빼 타케루에게 건넸다.
"에- 괜찮아, 히카리 쨩, 안 그래도 되니까-"
하지만 그녀는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의 왼손에 장갑을 억지로 끼워준 히카리는, 이제 겨울 날씨에 고스란히 노출된 그녀의 왼손으로 이미 칼바람같은 추위에 얼음장처럼 변해버린 타케루의 오른손을 꽉 잡았다.
"그럼 갈까? 곧 해가 지겠어. 빨리 가자!"
"어- 응..."
자신의 손을 잡고 자신을 이끄는 여자 아이의 뒤를 멍하니 바라보던 타케루는 곧 얼굴에 호선을 그리며 그녀를 따랐고, 그렇게 그 둘은 쇼핑몰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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