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켄카이저 - Psychosis
2015년 12월 29일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 글은 노래를 기반으로 쓰여졌으나, 글이 길어짐에 따라 노래의 페이스와는 맞지 않을 확률이 더 높습니다. 그렇기에 노래를 들으시는 것을 추천하지만 그림 MAD 같은 느낌이 아닌 BGM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 읽으시기 전에 노래가 끝날 확률이 더 높습니다마는...)
** 주의: 자학적이고 고어적인 묘사, 캐붕 있음. 읽을 때 주의 또 주의해주세요 ㅜ^ㅜ **
***
방문이 굳게 닫힌지도, 벌써 나흘.
깊게 잠긴 문 안을 가득 메우는 어둠 속에서 나는 내 자신을 저주한다- 학교도, 친구도, 가족도, 디지몬도. 그 아무것도 이젠 나에게 닿지 않는다. 그들이 나에게 닿아 오염될 일은 더이상 없다.
어둠의 바다가 다시 나를 부른지도, 벌써 나흘.
내 과거의 망령을 들먹이며 나를 부르는 소리에 어둠의 씨앗이 있던 상처가 오늘도 아파온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고통을 없애주길 바라며 긁어댄 탓에 내 목덜미는 손톱 자국과 말라붙은 핏자국으로 가득했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다.
이 모든 것은 내 짐이니까.
It was just the beginning, but I saw the end
시작에 불과했지만 나는 그 끝을 보았어
of a love lost story
놓쳐버린 사랑 이야기의 끝
It was burned in my head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버렸지
다시 모두를 내 일에 끌어들이게 하고 싶지 않다 했지만, 어둠의 바다는 혼자 맞서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들은 영원히 감겨진 두 눈으로 나를 보았고, 굳게 꿰매어진 입으로 내게 속삭였다. 고통과 죽음을 속삭이는 입들이 나무를 이뤄 거미줄에 잡힌 파리처럼 날 겁박했고- 절대적인 광기가 핏빛으로 물들은 천공을 군림하는 세상이 끊임없이 그 손길을 내게로 뻗어왔다.
그런 어둠 속에서 날 미치지 않게 해준것은, 내가 초등학생일때에도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었던 바로 그 사람- 다이스케.
And I try to forget it, I try to move on
잊어버리려도 해봤고, 나아가려고도 해봤지만
but I'm trapped and I realize
결국 그 안에 갇혀 깨닫네
I've been dead all along
난 이미 죽어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그를 끌어들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어둠의 바다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했고, 그들은 빛의 아이 대신 나를 부르고 있었다. 희망이 다시 그녀를 구해줄 것을 알기라도 하는 듯, 그들은 대신 이미 어둠에 빠졌었던 나에게 달콤함을 속삭였다.
먼저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흔들렸고,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흔들렸다. 내 가치관이 흔들렸고, 내 자신이 흔들렸다.
나는 왜 그들을 거부하고 있지?
모든 것은 결국 네 잘못이야.
나는 왜 속죄하고 있지?
모든 것은 결국 네 잘못이야.
나는 왜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비난받아야 하는거지?
모든 것은 결국...
Black hearts beat under lungs that bleed
칠흑같은 심장이 너의 머릿결을 핥아대는 연기 덕에
From the smoke that licks at your hair
피 흘리는 폐 아래에서 계속해서 두근댄다-
너무 쎄게 주먹을 쥐어 손톱 자국이 남아있는 손바닥 안에는 방금 쥐어뜯은 보랏빛 머리카락들이 한움큼 쥐어져 있었다. 그래- 여기서 끝내야만 했다. 이미 더럽혀져 있는 내 심장마저 그들이 다시 쥐게 할 순 없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책상 위에 널부러져 있는 칼을 집어든다. 이미 몇번 시도했던 듯 칼은 붉게 물들여져 있었다.
어? 내가 언제?
이미 내 왼손은 붉은 직선으로 가득했다. 어쩌면 왼손에 도통 힘이 없던 이유가 그 때문일지도 몰랐다. 쓰라린 상처를 칼을 쥔 채로 천천히 훑는 순간, 누군가가 거칠게 방문을 두들겼다.
Don't save me I am lost
날 구하지 마, 난 이미 늦었어
I'd let you in but the door is locked
들어오라 하고 싶어도 문은 이미 잠겼어
And I am screaming from inside
난 그 안에서 비명 지르고 있으니까-
"켄!"
방문 너머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여태까지 느끼지 못했던 오한이 엄습한다. 마치 다이스케가 자신을 찾아올 그 날을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었던 듯, 어둠이 소름끼치게 미소를 짓는 것만 같았다.
"그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부모님한테 들었다고! 문 안 열어?"
하지만 열어줄 수 없는걸, 다이스케 군. 다이스케 군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 날 내버려둬. 어차피 곧 끝내려고 했던 참이었는데. 이건 내 고민이야, 내 고통이야, 내 벌이야-
쾅.
축구로 단련된 발길질에 잠금쇠가 단박에 떨어져 나가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성게 머리의 남자 아이가 기어코 내 방에, 내 어둠 속으로 빛을 들고 헤집어 들어온다.
Don't let me out cause I can't be free
날 꺼내주지 마, 난 자유로워질 수 없어
There's not a lot of life left in me
남아있는 생명의 불씨마저도 얼마 없어
And I got a little surprise for you
널 위해 깜짝 놀랄만할 것을 준비했으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켄, 꼴이 말이 아니잖-"
씩씩거리며 나를 쏘아붙이던 그가 내 몰골을 보고 말을 멈췄다. 네가 봐도 나는 추악하겠지? 발버둥쳐 보았자 이미 어둠에 물들여질대로 물들여져버린 나는 이미 네가 알던 사람이 아니니까.
"켄, 너 설마-"
"이제 그만 돌아가줘, 다이스케 군."
마른 침을 삼키고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말한다. 난 널 지키려는 거야. 나라는 존재를 지워줘.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거야?!"
열린 문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불빛 때문이었을까, 내 등 뒤를 은은하게 빛내고 있는 한 줄기 달빛 때문이었을까. 다이스케는 내 손목을 보았고, 황급히 뒤로 숨기려던 나의 손을 잡아챘다.
"그거 이리 내,"
그가 나머지 한 손으로 거칠게 내 칼을 빼앗으려고 하지만, 나는 손에 힘을 준다. 내 희망을, 내 탈출구를 훔쳐가려 하지 마. 난 널 위해 모든 걸 짊어질 각오가 되어있는데, 너는 왜 나에게서 그 희생마저도 빼앗으려 해?
All the voices in my head (all the voices in my head)
내 머릿속 목소리들 (내 머릿속 목소리들)
They're telling me to do things I regret (you know you want to)
내가 후회할 짓들을 하라고 속삭이고 있어 (너도 이걸 바라고 있잖아)
빼앗으려는 다이스케와 놓지 않으려는 나. 그가 잡고 있던 왼손을 뿌리치고 두 손으로 칼을 뺏기지 않는데 내 온 힘을 집중한다.
"다 널 위해서란 말야," 라고 악을 쓴다. 다이스케도 지지 않고 뭐라고 외쳤지만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가 뭐라고 하던 상관 없었으니까. 나는 악이고, 너는 선이야. 내가 최소한 조금의 자존심이라도 품고 떠날 수 있도록 허락해주는게 그렇게 힘든거야?
난 너를 구하려고 하는건데 왜 넌 날 이해하지 못해?
나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며, 나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었다며.
진정한 용기가, 우정이 뭔지 그 고생을 하고도 겪지 못한거야?
때로는 놔줄수도 있어야 한다는 걸 왜 몰라?
Don't make me I won't do it
부추기지 마, 난 안 할거야
(Yes you will, you're hungry, admit it!)
(할거잖아? 실은 이걸 원했으면서. 인정해!)
머리가 점점 더 세게 울린다. 누군가 내 옆에서 종을 울리듯, 충격이 관자놀이를 타고 머리 전체로 퍼져나간다. 실랑이를 벌이며 우리는 서로 입에 담기 힘든 말을 내뱉지만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나는 알 수 없다.
양손으로 미끄러질듯한 칼 손잡이를 더욱 더 세게 쥔다. 다이스케도 질세라 그의 오른손으로 내게서 칼을 빼앗으려 한다- 손잡이와 이어져 있는 칼날에 그의 엄지가 깊게 베이고, 그의 머리색만큼이나 붉은 피가 칼을 따라 흐른다.
불빛와 달빛은 섞여 춤을 추듯 우리를 조롱했고, 친절했던 그의 얼굴도 어둠에 물들어가듯 비웃음을 띄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다이스케가 아닌 어둠의 바다 그 자체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이제 그만 이성의 끈을 놓으라는듯이 나를 부추기면서.
애정도, 연민도 아닌 증오심이 가슴 가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끓어오른다.
내 고통에 대해서, 내가 하려는 것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 아는 것 하나 없으면서.
왜 나를 방해만 하려고 드는거야?
Two hands hold the will of one
두 손이 하나의 의지를 가득 담는다-
모두의 눈을 아프게 하는 불빛은, 꺼뜨려야만-
푸욱.
AND YOU CAN'T UNDO WHAT I'VE DONE
그리고 내가 한 짓을 넌 돌이킬 수 없어
모든 것이 멈출 듯 느려졌다. 내 시선은 충동적으로 튀어나간 내 팔을, 그리고 조금 전까지 손잡이를 잡고 있던 다이스케의 피 흐르는 손을 지나, 그의 복부에 깊숙히 박혀있는 칼에 다다랐다.
Don't save me I am lost
날 구하지 마, 난 이미 늦었어
I'd let you in but the door is locked
들어오라 하고 싶어도 문은 이미 잠겼어
And I am screaming from inside
난 그 안에서 비명 지르고 있으니까-
마치 보기 싫은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슬로우 비디오로 보는 듯, 아주 천천히 그의 점퍼가 붉게 물들었다. 나도 모르게 칼을 쥐고 있던 손을 놓자- 이번엔 내 주위 모든 것이 모습을 바꾸었다.
나는 절벽 앞에 서 있었다. 내가 놓은 것은 칼이 아니라 다이스케의 손이 되어있었다. 나를 마지막까지 믿고 있던 그의 얼굴에 알 수 없는 표정이. 놀람일까, 충격일까, 고통일까. 가만히 손을 내밀고 멈춰있는 나를 끝까지 쳐다보던 그의 몸이 절벽 뒤로 천천히 넘어갔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에서, 배신감도, 증오도 찾아볼 수 없는 건 왜일까.
이 절벽 끝으로 널 데려온 것도, 결국 이 절벽에서 널 밀어낸 것도 나인데.
너는 왜 끝까지 나를 혐오하지 않는걸까?
그런 너를 완벽하게 나에게서 지우고자 너를 밀쳐버린 나는-
Don't let me out cause I can't be free
날 꺼내주지 마, 난 자유로워질 수 없어
There's not a lot of life left in me
남아있는 생명의 불씨마저도 얼마 없어
And I got a little surprise for you
널 위해 깜짝 놀랄만할 것을 준비했으니까-
You can't save me I am lost
날 구할 수 없어, 난 이미 늦었어
I'd let you in but the door is locked
들어오라 하고 싶어도 문은 이미 잠겼어
And I am screaming from inside
난 그 안에서 비명 지르고 있으니까-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발소리가 잔잔한 호수에 물수제비가 물결을 일으키듯 울려퍼지고- 내 눈도 차차 다시 선명해져만 간다.
다이스케가 있던 곳을 힐끗 쳐다보지만, 그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살아있어 이 곳을 빠져나간걸까, 아니면 나는 더이상 그에 대해 상관하지 않게 된 것일까? 어느 쪽이든 상관 없었다-
이미 빛은 없으니까.
피가 덜 묻은 오른손으로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검은 디지바이스를 쥔다. 내 의지에 반응하듯 디지바이스는 불길하게 삑삑댔고- 나는 어머니 품을 찾는 아이처럼 비로소 그들에게 돌아갔다.
터덜터덜 벽에 서있는 전신 거울을 향해 다가간다. 거울에서 비춰보이는 디지몬 카이저의 차가운 미소. 공포에 질려 디지바이스를 쥔 손을 휘두른다- 쩌억 하고 거울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Don't let me out cause I can't be free
날 꺼내주지 마, 난 자유로워질 수 없어
There's not a lot of life left in me
남아있는 생명의 불씨마저도 얼마 없어
And I got a little surprise for you
널 위해 깜짝 놀랄만할 것을 준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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